주연 : 제레미 브렛(홈즈),
데이빗 버크(왓슨)

 

** 셜록홈즈의 모험 **

 

원작 : A코난 도일

 

번역,자막: fithelestre@sanorinet

 

#12, 빨간 머리 연맹

 

- 시티 앤 서버번 은행 -

 

오,방해해서 미안하네, 홈즈
/아냐, 잠깐!

 

정말 때맞춰 잘 와줬어

의뢰하러 오신 것 같은데
/바로 그렇다네

왓슨 박사도 저처럼, 틀에박힌 일상을
벗어난 괴상한 것들을 사랑한답니다

현재로선 이 사건이 범죄인지 아닌지도
판단키 어렵다네

제이베즈 윌슨 씨에 대해선
자네만큼이나 나도 아는 게 거의 없네

한동안 육체노동을 하셨고
중국에 다녀오신 적이 있다는 것,

그리고 최근 엄청난 양의 글씨를
썼다는 것 정도만 빼고

그런 걸 대체 어떻게 다 아십니까,
홈즈 선생님?

제가 막노동을 한건 한치도 틀림없는 진실입니다

조선소 목수로 출발했거든요
/귀하의 손을 보고 알았습니다

왼손보다 오른손의 근육이
더욱 발달되셨더군요

글씨를 썼다는 건요?

오른쪽 소매 앞단이 12센티나 반짝거릴 일이
그것 말고 또 있겠습니까

또한 책상에 기대는 왼쪽 팔꿈치 부분이
닳아서 반들거리네요

근데 중국은?

 

오른쪽 손목 바로 위의 물고기 문신

전 문신에 대해 연구를 좀 했고

그 주제로 책자를 펴낸 적도 있습니다, 윌슨 씨

물고기 비늘에 섬세한 분홍빛을
물들이는 것은 중국의 독특한 기술이죠

게다가, 시곗줄에 중국 엽전을 매단게 보이니

문제가 더욱 간단해지더군요
/전혀 눈치못챘습니다

첨엔 대단한 능력을 발휘했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별것 아니로군요

 

이렇게 밑천을 드러내 보이다간
내 명성도 난파선마냥 추락하겠구만

omne ignotum pro magnifico
* 미지의 것은 대단하게 여겨진다 (타키투스)

설명이 되면 뭐든 평범한 것이 된다는 뜻입니다

왓슨, 그건 너무나 느슨한 번역이야!
박사에게 그 광고를 보여주십시오

예, 여기 있으니 한번 읽어 보시지요

 

"빨간 머리 연맹에 오세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레바논의
고(故) 에저키아 홉킨스의 유언을 받들어

순수한 명목상의 봉사에 대한 댓가로
회원에게 주당 4파운드를 지불

현재 결원이 한명 생겨 공개 모집함,

21세 이상, 심신 건강한 빨간 머리의
남자라면 누구나 자격이 있으니

 

월요일 11시, 플릿 가(街) 포프 코트 7번지에서

덩컨 로스 씨께 상담하시오"
이거 진짠가?

 

상식의 도를 좀 벗어난 것 같지, 왓슨?

아, 신문 이름과 날짜를 기록해 주겠나?

4월 27일, 토요일 자 [이브닝 스탠다드] 신문이네

두달 전이군
/좀 앉게나, 자, 윌슨 씨,

처음부터 시작해 모든 걸 말씀해 주십시오

아, 네, 여러분,

저는 구(舊)시가의 색스-코버그 가(街)에서
전당포를 운영합니다

가게도 별로 크지 않아서
입에 풀칠할 정도밖에 안 되죠

예전엔 두명의 점원을 썼지만
지금은 하나만 두고 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금 있는 점원이

일을 배우겠으니 반값만 받아도 좋대서
그렇게 되었죠

2달 전쯤...

그 기특한 젊은이의 이름은 뭡니까?
/빈센트, 빈센트 스폴딩입니다

근데 젊은이는 아닌 거 같아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얼굴이지만

더 똑똑한 사람은 뽑기 힘들었을 겁니다

정말이지 운이 좋으시군요

보통의 급료보다 적게 받겠다는 점원을 얻다니

그 광고만큼이나
그 점원도 특이하기 짝이 없네요

결점이 좀 있긴 합니다

사진에 미치다시피 해서 항상 카메라를 들고
내킬 때마다 찍어대고는

그 허접한 것들을 현상한답시고
지하실로 달려내려가곤 하거든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괜찮은 일꾼입니다

사람도 좋구요
이 광고를 보여준 것도 그 친구였죠

 

저도 붉은 머리였으면 좋을뻔 했네요,
윌슨 사장님

왜 그런 걸 바라나?

"빨간 머리 연맹"에 결원이 생겼다는데요

금시초문의 단체구만

허어, 사장님이 정말 적격일 것 같은데요

게다가 돈도 준대요

연간 2백 파운드에
업무는 없는 거나 다름없다네요

 

그런 자리라면 수천명이 응모할 걸
/제생각은 좀 다른데요

사장님처럼 타는듯 환한 머리빛을 가진
축복받은 분은 없을걸요

몇백 파운드라고 하니까 속는셈치고
한번 가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어서 오세요!

 

에, 저는 집에만 붙어있는 사람이라서

어떨 때는 몇 주 동안 가게문 밖에
나가지 않기도 합니다만

이 일은 흥미를 끌더군요

제가 관심을 보이자 빈센트 녀석도
같이 따라나서겠다고 해서

월요일 아침에 가게 문을 닫고
함께 찾아갔습니다

 

이런, 빈센트, 돌아가야겠어
어떻게 이 많은 사람을 헤치고 가나

사장님, 용기를 내세요
바로 코앞에 돈이 보이잖습니까

옷깃 세우시고요, 저랑 같이 가세요

 

어이, 정숙해 주세요, 여러분

 

거기, 거기 새치기하려는 거야 뭐야?

꺼져 버려!

 

이봐!

 

가셔도 좋습니다, 다음분 들어오세요

지금 어딜 가는 거요?
나가는 길은 저쪽이에요

이분이 윌슨 씨입니다
/들어가세요, 윌슨 씨

 

적격자가 나타났군

 

모든 조건을 갖췄어

 

정말 딱이야

 

축하드립니다, 윌슨 씨

이런 분을 놓고 망설이면 안되겠지요

신중을 기해야 하니 실례 좀 하겠습니다

 

눈물까지 글썽이시누만

진짜일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소
주의를 기울여야 하거든요

두 번은 가발,
한 번은 물감에 속을뻔 했죠

구두 수선용 왁스 얘기를 들려드리면
인간의 본성에 진저리치게 될 겁니다

제 이름은 덩컨 로스이고

저도 관대한 후원자가 남긴
기금의 혜택자입니다

아, 에저키아 홉킨스 씨에 대해
궁금하시겠지요

 

그분도 빨간 머리였답니다

소시적에 런던을 떠나
미국에서 백만장자가 되었지요

돌아가시면서 유언장에 이르길,
대리인들로 하여금

 

고향의 붉은 머리칼을 가진
이들의 생활을 도와주도록 지시했습니다

정말 멋진 색이네요

완전한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제이베즈 윌슨이오
-빨간 머리 연맹-

제이베즈 윌슨...
혹시 결혼하셨습니까, 윌슨 씨?

가족은 있습니까?

아뇨, 홀아비이고 피붙이라곤 없습니다

 

이런 유감스런 일이 있나

 

당연히 이 기금은 붉은 머리의 생계 유지 및
확산을 목적으로 하고 있소

 

다른 사람 같으면 치명적인 결격 사유겠지만

선생님 정도의 머리 빛깔이라면
저희가 사정을 좀 봐드리죠

 

결원은 채워졌습니다

 

결원은 채워졌습니다

 

이만 돌아가십시오

 

자, 언제부터 일하러 나오실 수 있나요?

 

에, 그게 좀 곤란한게 이미 생업이 있어서
시간이 어떻게 됩니까?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오전은 한가한 편이니 잘 됐군요

가게를 볼 점원도 있으니까...
그 시간이라면 괜찮소이다

보수는 주당 4파운드라고 하셨죠?
/그렇소

업무는 뭡니까?
/순전히 명목상의 일이라오

그러니까 그 명목상 일이란 게 뭐죠?

선생님께선 그 시간에 반드시 사무실,
적어도 이 건물 안에 계셔야 합니다

만일 떠나시면 자격을 영원히 박탈당할 겁니다

유언장에 확실히 명시되어 있는 사항이죠

나가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겠네요

어떤 구실도 안 됩니다

병이 나든, 사업이든, 뭐든 안됩니다

여기 머무르지 않으면 자격을 박탈당합니다

음, 거기까진 잘 알겠습니다만
정확히 해야할 일이 뭡니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베껴쓰는 겁니다

 

이것이 첫번째 권(券)이오

필기구와 종이 값은 직접 부담하시오
우린 이 의자와 책상을 제공하오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하실 수 있겠죠?

아, 예, 물론이죠

 

그럼 윌슨씨, 다시한번
이 중요한 자리를 얻으신 걸 축하드리오

정말 운이 좋으신 겁니다

 

환상적인 머리 빛깔이오

 

살펴 가십시오

 

정말 잘 되었습니다, 사장님, 잘 됐어요

이쪽이 출구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 이쪽으로 가죠

 

귀가후 돌이켜 보니
이 모든게 터무니없기 짝이 없더군요

그러게요,
누가 그런 황당한 유언장을 만들겠소?

그다지 후한 백만장자 같진 않군요
필기구를 자비로 사라니 말입니다

맞습니다, 홈즈 씨

장난이나 사기치는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근데 정작 월요일이 되니
이런 좋은 부업을 마다하는 것도 멍청해 보여서

큰 종이 7장이랑 1페니짜리 잉크병,
펜을 사가지고

포프 코트에 도착했습니다

 

-빨간 머리 연맹-

 

안녕하시오, 윌슨 씨, 환영합니다
/안녕하시오

정말 놀랍고 기쁘게도,
모든 일이 별 문제없이 돌아가더군요

책상도 준비되어 있었고,

덩컨 로스 씨가 제때 나왔는지
확인차 나왔더군요

정말로 저는 고용된 거였죠

스케줄은 결코 변하지 않았습니다

제 일은 항상 10시에 시작해 2시에 끝났는데

12시 반에 점심식사 겸 휴식을 잠깐 했죠

매주 토요일 2시에는
로스 씨가 수당을 지급했습니다

제가 쓴 양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방을 떠날 때는 로스 씨가 문을 잠갔습니다

 

'아티쵸크' 항목이 정말 신기하더군요
* artichoke : 솜엉겅퀴

그 식물도 꽃을 피우긴 피우더라고요

또 '한니발'은 A로 시작하는줄
알았더니 H였구요
* Hannibal (BC 247- BC 183)

정말 흥미로운 사실이었는데...
/네네, 또 봅시다

 

어쨌든 일은 대단히 재미있었습니다

주판,
(Abacus)

수도원,
(Abbey)

건축,
(Architecture)

사도행전,
* Acts of the Apostles 신약의 제5경

불순물,
(Adulteration)

해부학,
(Anatomy)

유인원,
(Apes)

 

수도교(水道橋)
(Aquaducts)

8주가 지나자 A항목이 거의 끝나서
열심히 하면 B항목에 들어가겠다 싶었는데

오늘 아침 모든 게 끝장났습니다

평소처럼 출근했더니 문은 굳게 잠겨 있고

카드지(紙) 한장만 달랑 붙어 있더군요
"금일 부로 빨간 머리 연맹은 해체됨-덩컨 로스"

실례합니다!

 

오늘 아침에 덩컨 로스 씨를 못 봤습니까?

로스, 로스라...
그런 이름을 가진 분은 모르겠는데요

전 기억력이 좋은 편인데 한번 들은 건 잊는 법이 없지요

그럼 7번 방에 계시던 신사분 기억하세요?

아, 붉은 머리를 한 그 양반?
/네네

맞다, 그사람, 떠났어요
/떠나다뇨?

윌리엄 모리스 씨는 변호사인데
다른 자리가 날때까지 방을 잠시 임대했죠

어제 이사갔답니다
방세도 한푼 남기지 않고 치렀죠

모리스 씨를 어디 가면 찾을까요?

새 사무실에 있겠죠

 

윌리엄 모리스 씨 사무실이...?

 

킹 에드워드 가 17번지입니다

 

세인트 폴 성당 근처에요
/고맙소

 

- 17번지 : 버켓 앤 선 무릎보호대 공장 -

 

뭐가 그렇게 우스우신 겁니까

두 분께서 절 비웃는 일밖에
할 수 없다면 딴데 알아보겠소!

윌슨 씨, 제발 고정하시고 앉으세요

절대 이런 사건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참신하고도 기상천외한 사건이오
(웃음을 간신히 참고 있군요 -_-)

 

감쪽같이 속았다는 생각에 꼭지가 돌아
선생님께 바로 찾아온 겁니다

곤경에 빠진 가난한 이들도
도와주신다는 명성을 들었거든요

웃어서 죄송합니다

 

근데 이 기상천외한 연맹에 대해 선생님께서
불평하실 거라곤 별로 없어 보이는데요

돈도 많이 버셨지 않습니까

백과사전 A항목의 모든 주제에 대한
자세한 지식을 얻은건 차치하고라도 말이죠

그렇긴 합니다만,
제게 이런 장난을 친 연유가 뭘까요?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데리고 계신 조수 말인데,
언제부터 일했습니까?

약 3개월쯤 된 거 같네요
/어떻게 알고 왔나요?

광고를 냈더니 보고 왔더군요
/그 친구가 유일한 지원자였습니까?

아뇨, 12명 정도 더 있었죠

왜 그를 선택하셨나요?
/그거야 솜씨도 있고 급료도 싸서...

반값에 일한대서 뽑으셨군요
/그래요

 

그 빈센트 스폴딩이란 친구의
외모는 어떻습니까?

키가 크고 체격이 좀 있지만
동작은 민첩한 편이지요

 

얼굴에 수염이 거의 없고요,

 

이마에 하얗게 산이 튄 흉터가 있습니다

 

혹시 귀 뚫은 자국 같은 게 있던가요?

 

맞아요, 어렸을 때 집시가
뚫어 준 거라고 합디다

아직도 일하고 있나요?
/그럼요, 방금도 보고 왔다오

윌슨 씨, 제가 찾을 때
가게에 계셔 주시겠습니까?

글쎄요, 오늘은 가게를 저녁식사 때쯤
닫을 생각입니다

주말에 바킹의 누이 집에 가 있으라고
빈센트가 제안하더군요

이 사건 때문에 기분을 많이 잡쳤거든요

그럼 바킹에서 편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월요일까지는 답을 드릴수 있을 겁니다

보수 문제는 어떻게...
/그건 신경쓰지 마십시오

다른 분께서 대신 내줄 거 같으니까요

 

살펴 가십시오, 윌슨 씨

 

어떻게 생각해, 왓슨?
/정말 오리무중인걸

기묘하기 짝이 없는 사건이야

이 사건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뭔가가 있어

 

이제 어찌할 건가?

 

담배를 피울 거야

 

파이프 세 대를 피우면 해결되는 문제니까

부탁인데 50분 동안
말을 걸지 말아 주면 좋겠어

 

빨간 머리 연맹 건은 잘 진행되었습니다

만족스럽게 실행되리라 믿네
/잘 되고 있다고 말씀드려 기쁩니다

좋아

 

가세, 왓슨, / 엥?

 

실례합니다,

스트랜드 가(街)로 가는 길을 알려 주시겠소?

세 구역 가서 오른쪽, 네 구역째 왼쪽입니다
/고맙소

 

홈즈?

홈즈, 그런 건 나한테 물어봐도 되는데
/나도 알아, 왓슨

왜 숨고 그래?

그리고 지팡이로 길바닥은 왜 두드린 거야?

왓슨, 우린 적진에 들어온 스파이야

 

런던 곳곳을 정확하게 알아두는게 내 취미라네

자, 저기에 모티머 상점이랑 담배가게,

조그만 신문 가게도 있고

시티 앤 서버번 은행 코버그 지점,
/맥파렌 마차 차량기지랑

귀퉁이엔 채식주의자용 식당이 있군

적지 말고 기억만 해둬, 왓슨
감시받고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엄청난 음모가 무르익고 있어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게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자, 의사 선생,

우리 일은 끝이야
이제 놀러 갈 때가 되었어

오늘 오후에 세인트 제임스 홀에서
사라사테가 연주를 한다더군
*Pablo de Sarasate (1844 - 1908)

샌드위치랑 커피 한잔 먹고?

그 다음에 감미롭고,조화로우며
섬세한 바이올린의 나라로 떠나보자고

빨간 머리 의뢰인이 수수께끼로
우릴 괴롭힐 일도 없는 곳으로!

* 삽입곡 : JS Bach, Partita in E major, Prelude

 

그는 오후 내내 좌석에 앉아
더할나위 없는 행복감에 싸여

꿈꾸듯 나른한 눈을 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사냥개처럼 범인을 쫓는 명탐정 홈즈의
모습이라곤 상상조차 하기 힘든 태도였다

 

그가 음악에 푹 빠진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가 사냥할 목표들이
곧 철퇴를 맞으리라 예감했다

 

-색스 코버그 광장-

 

훌륭해, 왓슨

자넨 지도 제작자가 되어도 괜찮겠어

애썰니 존스가 올걸세
* [4인의 서명]에도 등장하는 형사

런던 경찰이 동행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 친구는 수사 쪽엔 바보 천치나 다름없지만

가재처럼 끈질겨서 한번 낚아채면
절대 놓지 않지

 

안녕하시오, 존스
/또 같이 일하게 되었군요, 홈즈 씨

추적 개시엔 홈즈 씨만한 분이 없죠
보조를 맞춰줄 노련한 사냥개만 있으면 되니까

메리웨더 씨, 제 벗이자 동료인 왓슨 박삽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쫓아갔더니 겨우 야생 거위 한마리더라
하는 일은 없었음 좋겠소

아마추어 수사관이라니 별로 신용도 안 가고...

홈즈 씨라면 안심하고 신뢰하셔도 좋습니다

존스 씨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뭐...
/독자적인 수사법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좀 이론적이고 공상에 가까운 방법이긴 해도

탐정으로서의 자질은 뛰어나답니다

허나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코버그 지점은 런던의 어느 건물과 비교해도
보안에 손색없소이다

침입해 들어올 가능성 자체가 없다오

보험 조사원들조차 동의한 사실이오

선생님이 상주 매니저일 뿐 아니라
이사이심을 망각하지 마십시오

나도 내 위치를 아니 이러는 겁니다
게다가, 오늘 27년만에 처음으로

클럽에서 토요일마다 치던 휘스트 게임을
거르게 되었단 말이오
* whist : 4인용 트럼프 게임의 일종

정말 아쉽기 짝이 없소이다
/원 참

오늘 벌이는 게임이 훨씬 흥미진진할 겁니다

 

판돈이 몇천 파운드가 될 거니까요

제게 돌아오는 보상은 뭡니까, 홈즈 씨?

클레이란 이름의 젊은이

존 클레이 말씀이오?
오, 그 자식을 내 손으로 잡을수만 있다면

그러게 될 거요

그 젊은 친구는 상류 계급 출신이나
자기 가문에 먹칠을 했습니다

악마처럼 교활하고,
뱀장어처럼 잘도 도망다니죠

표절, 위조 행각은 가히 예술입니다

그의 조부는 왕가 혈통의 공작이고,
그 자신은 이튼과 옥스포드에서 교육받았소

그러니 왓슨, 총을 지참하게

오시죠, 여러분, 밖에 마차가 왔습니다

 

지하 창고의 열쇠는 오직 둘만이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제게, 또 하나는 행장의 전용 금고에 있죠

 

확실히 위쪽으로 뚫고 들어올 수는 없겠소
/아랫쪽으로도 마찬가지요!

잠깐, 부탁인데 좀 조용히 해 주십시오

 

여기 있는 상자들 중 하나에 앉아서
방해하지 말아 주시죠

 

이 은행에 도둑이 침입할 방법은 없소이다

 

도둑이 이 은행에 침입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별로 그런 건 없지만...

 

최근 몇 달 간 뭐라도 들어왔나요?

우리에게 무엇을 숨기고 계신 겁니까?

이건 극비사항이라
은행의 이사들만이 알고 있소

공중에 알려지면 안됩니다,
아마추어 탐정에겐 더더욱 안되오

사설 자문 탐정입니다, 메리웨더 씨

 

범죄 해결사에 길이 남을 유일무이한 사람이오
안그렇습니까, 경감?

박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홈즈 씨께 협력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나 지금 이순간, 나는 당신과
다른 이사들 목이 달아나지 않게끔 노력중이외다

그러니 말해 주시오

 

프랑스에서 온 금화요

몇달전 보유 자금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금화 6만 나폴레옹을 프랑스 은행에서 빌렸소
*1 Napoleon = 20 프랑 (구 프랑스 화폐 단위)

그리하여 타 지점보다 훨씬 많은
순금 보유량을 가지게 되었죠

 

그 금화들은 어디 있습니까?

 

지금 왓슨 박사가 걸터앉은 상자 속에
3만 나폴레옹 상당의 금화가

납 호일에 싸여 있소

 

좀 봐도 될까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대담한 착상의 범죄요

그렇지 않소이까, 존스?
/그런 것 같습니다

클레이란 자는 아마추어 수준은 넘지만,
충동적인 범죄를 행하는 편인데

계획을 세워 길게 준비하는 건
그 작자 방식이 전혀 아닙니다

더 큰 계획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겠죠

 

메리웨더 씨, 누군가가 극비 정보를 빼내서는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주었습니다

 

배후에 거물이 관여하고 있어요

 

말씀하시는 거물이라 함은...

모리아티 교수의 솜씨가 발휘된 것 같소이다

 

모리아티?

 

그 모리아티란 사람은 누구요?

우린 정체를 전혀 모릅니다

경찰은 물론이고, 여기 계신 셜록 홈즈 씨도
그자를 보신 적이 없으신 듯합니다

지하세계 전반에 그의 이름이
맴돌고 있긴 하지만요

짐작컨대 그는 좋은 집안 출신에
훌륭한 교육도 받았지만

 

사악하기 짝이 없는 천품을 타고난듯 하오

 

핏속에 흐르는 범죄자의 근성이

 

그의 뛰어난 지능에 의해 강화되고
더없이 위험한 걸로 변했죠

그는 이 대도시내 범죄의 반을 획책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미궁에 빠진 사건이오

 

절대로 잡히지 않는 위인입니다

그의 부하들은 체포되지만

주모자는 잡히기는 커녕

의심조차 받지 않소이다

 

오늘 밤에도 교수는 나타나지 않을 거요

 

오늘의 적이 도주할 길은 전당포 쪽 뿐이겠소

이미 형사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습니다

 

왔어

 

시간이 별로 없소, 위치로...

 

이 등불을 좀 꺼 주시겠습니까

어둠 속에 앉아 있으란 말이오?

안됐지만 그리 하세요
빛을 보여주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습니다

 

내가 등을 켜면 재빨리 포위하고,

그들이 발포하거든 망설이지 말고 쏴버리게

 

이런

 

큰일이야, 스콧!

뛰어 내려, 도망가!

 

소용없다, 존 클레이

도망갈 기회는 없을 거다

 

그렇구만

 

허나 내 짝패는 무사하겠지

 

지금쯤이면 경찰이 환영하며 벌린 팔에
뛰어들고 있을 거야

거의 완벽하게 일을 해낸 것 같군
칭찬해 주지 않을 수 없구만

당신도

 

난 사설 탐정인 셜록 홈즈다

그대가 경찰이리라곤
꿈도 꾸지 않았다, 홈즈

그만하면 됐네, 얌전히 수갑을 차라구
/그 더러운 손을 내 몸에 대지 말라

잘 모르나 본데, 내겐 왕족의 피가 흐르니

부를 때 경어를 쓰는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

좋으실 대로
그럼 전하, 위층으로 올라가시지요

저희가 마차로 경찰서까지 모시겠사옵니다

좀 낫군

 

잘 있으시오

 

아, 한가지만 더, 클레이

 

모리아티 교수가 빨간 머리 연맹 계획의
배후에 있다고 보는데, 내 생각이 맞나?

 

그 이름을 입밖에 내지 말기 바란다, 홈즈

장래를 편안히 보내고 싶다면 말이다

 

여러분, 정말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홈즈 씨, 당신의 뛰어나고 명민한 재능을
의심한 것을 사과드립니다

정말이지 너무나 완벽한 방식으로

 

듣도보도 못한 대담한 은행 강도 행각을
탐지하고 막아 주셨습니다

메리웨더 씨, 이번 일에
약간의 비용이 지출되었으니

은행 측에서 보상을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야 당연하죠!

 

이럴 수는 없네

 

이럴 수는 없어

 

정말입니다, 교수님

 

실패해서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셜록 홈즈가...

홈즈는 이 바닥에선 그저 아마추어에 불과해

 

그래도 머리는 꽤 좋아, 운도 따르는군

 

게다가 내 앞길을 가로막는 재주가 있단 말야

 

제거할까요?
/그래야 할지도 모르겠군

 

좀 안타깝긴 하지만
흥미를 끄는 친군데 말야

 

나를 저지한 게 이번이 세 번째인 것 같은데

 

만일 이게 계속된다면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겠지

다독여서 물러나게 하든가,

 

아니면 제거하든가

 

고맙네

 

안녕하시오, 경관님
제이베즈 윌슨
-금일휴업-

 

실례인 건 아오, 박사님
하지만 이건 너무 끔찍하외다

저를 믿고 물건을 맡긴 손님들께
변명할 면목도 없고 어쩝니까!

전 이제 파산이에요!
/오, 기운 내십시오, 윌슨 씨

이 난장판을 정리하고 나면
기분이 좀 나으실 겁니다

그래봤자 뭐가 나아집니까...
/홈즈가 이걸 갖다드리라더군요

시티 앤 서버번 은행이 감사의 뜻으로 드리는
50 소브린입니다
* 1 sovereign = 1기니 = 21실링

오오, 이건 너무 과합니다요!
왓슨 박사님, 정말 뭐라 감사해야 할지...

홈즈 씨께 감사의 말씀 전해주세요

홈즈도 감사의 말씀과 함께
충고 한마디를 전해달라더군요

다음 번에 조수를 뽑으실 땐
제값을 지불하시라고요

안녕히 계시오

 

홈즈, 나 스스로는 주위 사람들보다
둔하진 않다고 생각하는데,

자네가 본 것은 나도 보았고,
자네가 들은 것은 나도 들었지만,

자네는 일어난 사실뿐 아니라
앞으로 생길 사건까지 다 알아냈는데

나에겐 이 모든 일이 혼란스럽고
기괴할 따름이었어

기억을 돌이켜봐, 왓슨

그 조수가 반값에 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집안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음은 명백했지

그렇긴 하지만 어떻게 그 동기를 알아챈 거야?

만일 집안에 여인이 있었다면
흔해빠진 불륜 사건을 떠올렸겠지

근데 윌슨 씨로부터 산에 덴 흉터와
귀뚫은 자국 얘기를 들으니

빈센트 스폴딩과 존 클레이가
동일인임을 알겠더라고

근데 클레이가 거기 왜 있을까?

사진 얘기가 자네에게 실마리를 줬군

정답, 그는 지하실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어

하루종일 해도 두달쯤 걸리는 작업이면
터널을 파고 있었겠지, 근데 어디로?

그날, 길바닥을 단장으로 두드려 보면서

터널이 건물의 앞쪽 혹은 뒤쪽으로
뻗어나가는지 가늠해 봤지

그건 앞쪽, 은행 쪽으로 뻗어 있었어

스트랜드 가로 가는 길을 알려 주시겠소?

난 클레이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고,
그자의 주의를 돌려 무릎을 관찰할수 있었지

그 무릎이 터널을 파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 걸 말해 주더군

색스 코버그 광장 밑의
미로 같은 하수도랑 연결했겠지

그들이 빨간 머리 연맹 사무실을 닫은 것은

더 이상 제이베즈 윌슨의 존재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표시였거든

다시 말하자면 굴 파기가 완료되었다는 거지

그럼 범행이 토요일에 일어나리란 건
그냥 추측이었나?

 

왓슨, 날 실망시키는군

난 절대 추측하지 않아

토요일 저녁은 금화 상자를 훔치는데
안성마춤인 날 아닌가

그런 걸 갖고 도주하려면 꼬박 하루는 걸리지

포장 다 되었습니다

 

고맙소

 

자네 정말 멋지게 추리했어, 홈즈

정말 긴 연쇄인데 연결 고리 하나하나가
모두 사실이구만

덕분에 무료하지는 않았지
가끔 이런 생각이 드는데,

존재로 인한 따분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기나긴 몸부림에

내 인생을 허비하는 거 같다네
/그렇지 않다네,

자넨 인류에게 큰 은인이야, 홈즈

 

글쎄, 어쨌든 조금 도움이 되긴 하겠지

" 'l'Homme c'est rien,l'Oeuvre c'est tout"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다, 업적이 전부다'

구스타프 플로베르가 조르즈 상드에게
쓴 편지의 구절이야

 

번역, 자막: fithelestre@sanorinet

제작자의 이름만 남긴다면 배포,수정은 자유입니다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